매년 블라인드 지수 결과를 보면, 직장인의 행복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두가지 요소는 작년과 동일하게 업무의미감과 상사관계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올해 새로운 측정항목이 추가됐는데요. 바로 ‘심리적 안정감(실패나 실수를 하더라도 회사는 다음 기회를 준다)’입니다.
구성원에게 지속적인 기회를 허용하는 조직일수록 구성원이 일에 몰입하는 정도를 높일 수 있으며, 이는 곧 조직의 성과로 이어진다는 것이 학계의 여러차례 검증됐습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블라인드 지수(BIE) 2020
위는 올해 한국 평균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블라인드 지수 결과입니다. 한국 직장인들은 행복의 핵심 요소인 업무의미감과 상사관계는 물론, 심리적 안정감 역시 50점을 넘지 못했습니다. 반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세가지 요소 모두 한국 최상위권을 석권했는데요.
오늘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안전평가단 신고리 5-6PM 장동주 책임연구원, 안전정책단 안전정책실황충만 선임연구원, 경영관리부 인사실 이윤정 선임행정원을 만나 그 비결을 물었습니다.
▲왼쪽부터 황충만 선임, 장동주 책임, 이윤정 선임 [제공=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Q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는 어떤 일을 하는 조직인가?
– 장동주: 국민들이 원자력과 방사선을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법제도와 실행방안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
예를 들어 2010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있었다. 관련 법안은 국회에서 만들었지만, 실제로 이행하고 관리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제도가 실효성 있게 이행되기 위한 계획 수립, 관리, 평가 등을 담당한다.
Q 심리적 안정감(실패하더라도 회사는 다음 기회를 준다)이 한국 기업 가운데 1위다. 공감하나.
– 장동주: 나는 사실 실패할까봐 항상 두렵다. 안전을 책임져야하는 규제전문기관이기에 업무 수행에서 단 한번의 실패나 실수도 용납되기 힘들다.
자신의 일에서 완벽을 기해야하기에 늘 역량 개발에 대한 필요를 느끼는데, 전문 부서들의 경우 기술현안회의나 워크샵 등 분야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회사가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이를 통해 내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점을 동료들을 통해 채워나가는 경험을 했다. 결과가 아닌 기회에 대한 안정감이 올해 결과에 반영된 것이라 생각한다.
Q 일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는 업무의미감이 한국 7위에 랭크됐다. 공기업 가운데서는 특히 두드러진다. 블라인드에서 한 재직자가 ‘이슈가 생기면 제 한몸 불사르는 초인이 등장한다’는 평을 남겼다.
– 장동주: 그 리뷰를 최근에 봤다. 원자력발전소는 여러 전문분야가 결합된 종합과학이기에 발전소를 규제하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역시도 그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내가 아니면 다른 사람은 할 수 없는 독특한 임무가 주어지는 기관이다.
때문에 평소에는 워라밸을 지키며 일하다가도 맡은 분야에서 이슈가 터지면 초인이 돼야 하는 게 맞다. 그래서 평소에 공부를 많이 하고 자신만의 내공을 쌓아야 하고, 아무도 강요하지 않아도 자기개발을 위해 연구과제에 참여하는 구성원들도 많다.
매년 분야별로 개최되는 원자력 안전 워크샵 [제공=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Q 어떨 때 행복하다고 느끼나?
– 이윤정: 행복보다는 만족스럽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 것 같다. 말씀하신 대로 자신의 일은 온전히 자기가 알아서 해야한다. 내가 조정하고 선택한 일이 계획대로 성과를 얻었을 때의 만족감과 성취감은 남다른 것 같다. 업무랑은 상관 없는 요소이지만 회사 앞 벚꽃길과 단풍길 경치가 너무 아름다운데, 그 길을 볼 때마다 이런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
본관 앞 산책로 전경 [제공=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 황충만: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텐데, 나는 나의 일이 사회에 기여한다고 느낄 때 가장 행복하다. 나는 원자력안전종합계획을 수립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데, 올해 국민 대표 120명을 뽑아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국민참여단’을 구성했다. 정부가 자체적으로 안전 계획을 만들고 집행까지 했던 그간의 방식에서 벗어나, 국민의 의견을 직접 듣고 반영한 계획을 수립하자는 취지다.
1박 2일 워크샵 등 기존에 시도하지 않던 다양한 방식으로 의견을 모았는데, 원자력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이 변화되는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꼈다. 내 연구 주제였던 공공분야 민주주의를 실제 업무 환경에 접목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컸다.
– 장동주: 안전을 제고할 수 있는 법제화 과정에 참여해 실제로 제도가 이행되는 것을 볼 때 성취감을 느낀다. 사실 일에서 행복하기는 어렵다. 일 자체에서 느끼는 행복보다는 일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일이 힘들어도 함께 웃을 수 있는 동료가 있다면 이상적인 회사라 생각한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는 그런 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
Q 상사와 동료관계가 굉장히 좋다. 블라인드 내 기업평판을 보면 수평적 조직문화라는 평이 현직자들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 황충만: 공감한다. 작년에 입사하고 특이한 문화라고 느꼈던 것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는 보직자로 근무한 후에도 팀원으로 다시 돌아와 일을 한다. 원장님이 다시 연구원이 되어 근무하는 것인데, 우리 회사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더라.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해내는 것을 가장 우선시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보직자였든, 들어온지 얼마 안 된 직원이든 각자의 전문영역이 있기에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뿌리 깊다. 물론 맡은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하는데, 동료들의 인정을 받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분이다.
Q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워라밸 만족도는 91점으로 한국 모든 기업 가운데 1위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의 하루가 궁금하다.
– 이윤정: 아이 둘을 키우는데, 육아와 회사생활을 병행하기 좋은 환경이다. 아침이면 아이를 ‘킨스뜰에’ 사내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9시반까지 출근하고, 저녁 6시에 퇴근할 때 데리고 간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또 회사가 자녀가 있는 직원에게는 하루 2시간의 육아 시간을 준다.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같은 법정 휴가가 잘 돼있는 것은 물론이다. 육아휴직의 경우 자녀 1명당 3년간 성별에 상관없이 사용하는 것이 원칙인데, 여성 직원의 경우 제도 도입 후 휴직을 100% 사용했다. 남성 직원의 경우 여성 직원만큼은 아직 아닌데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작년 육아휴직자의 33%, 올해 40%가 남성이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
주 40시간을 근무하되, 근무 시간은 구성원이 자유롭게 조절하는 유연근무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원활한 협업을 위해 화수목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반드시 출근하는 ‘코어타임’을 둔다.
– 장동주: 아이 셋을 키우고 있어서 집에서도 힘들고 회사에서도 힘들다. 워라밸이 아주 딱 맞다. (웃음) 일주일째 야근을 하고 있는데, 늦게 퇴근하고 아침에 여유있게 출근한다. 내 업무 사이클에 맞춰 시간을 융통성 있게 활용할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육아휴직
자녀 1명당 3년을 분할해 사용할 수 있다. 만 5세 이하의 자녀가 있는 직원을 대상으로 총 24개월동안 하루 2시간의 육아 시간을 준다.
Q 한국 직장인들께 채용과정과 입사팁을 소개한다면
– 황충만: 서류-필기-전공면접-종합면접을 거친다. 전공면접은 본인이 해왔던 연구에 대한 발표와 질의응답으로 진행되며, 종합면접은 집단토론과 개별심층면접으로 이루어진다.
면접에서는 직무기술서에 명시된 역량을 갖고 있음을 부각시키는 게 중요한데, 나 역시 법학 전공자이기 때문에 지원할 때 고민이 많았다. 면접에서 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관련 직무와 연관시켜 면접관들을 설득했던 기억이 난다.
Q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어울리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 이윤정: 원자력 사업자, 국민,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고 협력해야 하는 업무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정보 공유와 협력을 잘 할 수 있는 사람, 그 과정에서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인지가 최우선 조건이 아닐까 생각한다.
역량이 갖춰져 있다면 입사시 학력이나 연령은 중요하지 않다. 40대 중반이신 분도 있고, 갓 학교를 졸업하신 분도 있다.
[출처] 블라인드 기업리뷰 >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Q 나에게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란
– 이윤정: 직장. 내가 일하는 곳이고, 직장으로서의 본질에 충실한 곳.
– 황충만: 삶의 터전. 나와 내 가족이 밥 벌어먹고 살 수 있는 곳이자, 정년까지 좋은 시간이든 안 좋은 시간이든 가족처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장소.
– 장동주: 나를 받아준 곳이자 나와 같이 성장할 곳. 입사 후 15년 됐는데 여전히 느낌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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